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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술 이야기] 영국 칵테일 '스네이크바이트(Snakebite)'를 아시나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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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술 이야기] 영국 칵테일 '스네이크바이트(Snakebite)'를 아시나요?

JasperL 2016. 2. 18. 21:59

혹시 칵테일 '스네이크바이트(Snakebite)'를 아시나요?

모히또, 준벅, 칼루아 밀크, 진토닉, 블루 하와이 등등.. 다양한 칵테일을 마셔본 술 애호가 중에서도 스네이크바이트를 아는 사람은 드물겁니다. 아마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칵테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이런 다양한 칵테일은 알아도 스네이크바이트는 모르시죠?


사실 스네이크바이트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칵테일이라고 하기는 힘든 종류의 술입니다.

보통 우리가 즐겨 마시는 칵테일은 일반적으로 도수가 높은 리큐어, 럼, 진, 보드카와 같은 술과 쥬스, 시럽, 토닉워터 등의 재료를 섞어 마시죠. 

그런데 스네이크바이트는 맥주 칵테일입니다.

맥주 칵테일? 그럼 소맥도 칵테일인가?

이렇게 물음표를 제시하는 사람이 계실 수도 있겠네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YES. 네, 소맥도 칵테일입니다.

칵테일은 그냥 단순히 마시는 사람의 기호와 취향에 맞춰 술을 섞어 만든 혼합주를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술이 들어간 혼합주는 모두 칵테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막사(막걸리 + 사이다), 꿀동(꿀 + 동동주), 고진감래(콜라 + 소주 + 맥주)도 칵테일의 범주 안에 있다고 볼 수 있죠.


잠깐 옆길로 샜네요.

칵테일에 대한 얘기는 이만하면 됐으니, 이제 스네이크바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해요.

스네이크바이트는 영어로 snakebite, 뱀에 물린 또는 뱀에 물린 상처를 의미하는 단어인데요.

이 술은 1:1 비율의 맥주와 사과주(cider)로 만드는 칵테일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블랙커런트(black currant) 시럽을 넣어서 스네이크바이트 앤 블랙이라고 하는 더 맛있는 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스네이크바이트 앤 블랙은 디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네요.


이게 스네이크바이트에요


이게 스네이크바이트 앤 블랙(일명 디젤)


외국 술이니 어원에 대해서는 제가 알 방법이 없지만, 이 술을 제게 처음 소개해준 영국인은 이 술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어요.


'이 술을 마시면 뱀에 물린 것처럼 쓰러진다.'


그런데, 나중에 마신 스네이크바이트는 전혀 독한 술이 아니었어요. 심지어 새콤 달콤하고 맛있었어요.

알고보니 너무 맛있어서 빠르게 마시다보니 금방 취해서 쓰러진다는 얘기더라구요.

아무튼 새콤 달콤 맛있었어요.


그럼 그렇게 맛있는 술을 우리가 왜 모를까요? 그리고 어디서 마실 수 있을까요?

위에 약간의 힌트가 있네요. 영국인이 알려준 이 술은 영국의 펍(Pub)에서 마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펍에서 마실 수 있는 건 아녜요. 에일(Ale) 맥주만 주로 판매하는 펍이나 게으른 바텐더만 있는 펍에서는 스네이크바이트를 마실 수 없어요.

몇몇 펍에서는 팔지 않는 칵테일? 스네이크바이트가 만들기 어렵고 힘들기 때문일까요?

사실 이에 대해선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요.


다 아시는 미국의 전 대통령 빌 클린턴


2001년 미국의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이 영국의 노스요크셔 주에 있는 해러게이트라는 도시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당시 빌 클린턴은 Old Bell Tavern이라는 펍에 방문했고, 다른 음식을 먹다가 스네이크바이트 한 잔을 주문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주문을 받은 바텐더가 스네이크바이트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하면서 크게 이슈가 됐고, 그 이후로 스네이크바이트 만드는 게 불법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해요.

지금도 몇몇 영국인들은 이 칵테일이 불법(illegal)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스네이크바이트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 아니거든요?

근데 그 바텐더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얘기를 안해서 애꿎은 술만 불법이라는 낙인이 찍혔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스네이크바이트로 구글링을 하면 스네이크바이트가 왜 불법인지 물어보는 질문 글이 등장하는데요.

그 질문 글에 대한 답을 보면 참 재밌습니다.


1. 곡물로 만든 술(맥주)과 과실로 만든 술(cider, 사과주)을 섞으면 안에서 화학작용이 일어나 사람에게 안 좋은 유해물질이 생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네이크바이트는 불법이다.

2. 불법이 아니다. 다만 각종 스캔들로 불명예스러운 사건을 만들었던 클린턴에 대한 악감정을 가졌던 바텐더가 만들어주기 싫어서 불법이라고 했다.

3.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스네이크바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맥주와 사과주 병을 둘 다 다 따야 되는데, 일정 비율만 쓰고 남기면 가격 책정이 불가능해지고 남은 술들을 보관이나 다른 사람에게 팔기 어렵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한 것이다.

4. 너무 빨리 취하는 술이라 마신 사람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이다.


등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요. 하지만 그 바텐더가 어떤 이유로 불법이라고 했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답니다.

또한 지금도 펍에 가면 만들어주는 펍이 있는 반면, 없는 펍도 상당히 많은데요. 제가 직접 바텐더에게 물어본 결과는 3번과 같은 이유라고 해요.

펍은 많이 있지만 모두 맥주 따르는 기계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몇몇은 병으로 팔기도 하는데 그 곳에서는 섞어 팔기 어려워서 스네이크바이트를 거부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재미있고 맛있는 칵테일 스네이크바이트에 대해 얘기했는데요.

영국을 가게 되면 한 번 드셔보세요. 다른 어떤 술보다도 영국에서 마시는 게 의미있는 술이니깐요.

그냥 도심의 펍에 들어가 Could I have a pint of snakebite? 라고 물어보면 된답니다.


이 지도는 제가 즐겨가던 펍의 위치입니다.

금요일 밤 저녁은 3층에서 락밴드가 공연하는 뮤직룸이라는 게 열리니 금요일 저녁에 가면 더 즐거워요.

참! 꼭 신분증 갖고 가세요. 안그러면 험악한 아저씨들이 길을 막을거에요.

(단 락밴드는 유명한 밴드가 아니라 일반인 밴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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