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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G5의 싸이언 일병 구하기

JasperL 2016. 2. 29. 19:00

MWC2016 개막에 앞서 LG전자가 G5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LG전자는 애플과 삼성은 물론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에게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멀어지는 듯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자동차 전장사업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 LG전자의 모습에서 스마트폰을 포기한 인상을 심어 주었고, 이에 따라 LG전자가 스마트폰을 제작하는 사업부인 MC 사업본부를 구글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하였습니다.

 

세계 스마트폰 매출 1위인 삼성의 라이벌 LG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조금 초라해보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G5의 성공으로 싸이언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LG전자의 잃어버린 6년

LG전자는 모바일폰 시장에서의 전통 강자였습니다. 비록 2등의 자리였지만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모바일폰 회사였고 2009년 당시 매출은 56조 원, 영업이익은 3조 원이었습니다. 2014년 LG전자 매출액은 59조 원, 영업이익은 1조 8천억 원이었으니, 5년동안 매출은 3조 늘었을 뿐이며 영업이익은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경제난 때문에 그렇게 됐을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사이 삼성과 애플은 엄청난 매출을 올리며 세계 1, 2위 스마트폰 회사로 거듭났고, 우리가 있는줄도 몰랐던 화웨이라는 회사와 샤오미는 지금 제일 잘나가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LG의 잃어버린 6년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싸이언 일병의 오만과 편견

LG전자의 잃어버린 6년에 대해 설명하자면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때는 2009년, LG전자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릅니다. 백색가전에서는 삼성과 쌍벽을 이루며 선전하고 있었고, 모바일폰 시장에선 노키아를 제외하고 LG전자의 아성을 깨뜨릴 존재가 없어보였습니다. LG전자는 싸이언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쵸콜릿폰, 샤인폰, 그리고 명품폰인 프라다폰까지 성공시키며 최고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당시 삼성전자가 LG전자의 프라다폰 성공을 질투하여 아르마니폰을 만들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으니 자신감을 넘어 오만할만 했습니다.


당시 LG의 아레나폰은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스펙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싸이언 일병이 오만에 빠져 있을 때, 아이폰이 등장하며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LG전자는 뭐든지 만들면 팔린다는 자신이 있었고 기술변화에 따른 빠른 움직임보다는 잘 나가는 피쳐폰에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선택에 유명한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관여했다는 얘기는 컨설팅 회사도 별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LG전자가 이 선택으로 6년을 잃어버리게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LG전자의 부진의 이유를 설명하기엔 조금 부족합니다. 사실 오만뿐만 아니라 편견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LG전자가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갖고 있었던 편견이 바로 그것이죠. LG전자는 우리나라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안드로원을 만든 회사입니다. 그런 LG전자가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윈도우모바일(또는 윈도우폰) OS에 집중한 것은 아직도 의문입니다. 아무래도 이전에 OS를 만든 경험이 없는 구글을 믿기 힘들었나봅니다. 저라도 최고의 OS인 윈도우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의 손을 들어줬을 겁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복습한 LG전자


이유야 어쨌든 LG전자는 오만과 편견 때문에 LG전자는 6년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넣다니..

스마트폰 혁명 초기에 LG전자는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스마트폰 보다는 피쳐폰 생산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이내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꾸는 흐름이 보이면서 LG전자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스마트폰을 피쳐폰 만들듯이 만들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속담을 몰랐는지 스마트폰을 옛날 피쳐폰 방식으로 제조하고, 판매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은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서 최적화시키는 데에도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데, LG전자는 다작을 선택한 겁니다. 결국 초기 LG전자의 안드로이드 모델들은 하나같이 발적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돼죠.


LG전자 마케팅 이야기

이제 마케팅 이야기네요. 최근 LG전자의 마케팅을 돕자는 이야기가 SNS 상에서 퍼지며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LG전자의 마케팅 흑역사라고 하며 다양한 자료들이 올라왔죠. 정말 흑역사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다 열거하기는 좀 힘들지만 예로 좀 들자면,


1. 톤플러스를 사면 맥.북.에어를 쏜다! : LG에서 나눠준 쿠폰에 있는 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맥북 에어가 아닌 맥(맥스봉), 북(도서문화상품권), 에어(나이키 에어)를 준다는 얘기로 보는 순간 어이가 없는 프로모션이었습니다.

2. 실제 무게보다 무겁게 알린 그램 노트북 : 그램은 1kg도 안되는 가벼운 무게를 강조하는 LG의 노트북입니다. 광고에는 980g으로 나왔죠. 그런데, 실제는 943g까지 덜 나가는 제품도 있었다고 해요.

3. 20K 금도금이 된 V10 : V10은 작년에 나온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이죠. 그런데 테두리에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금이 도금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역시 LG는 이번에도 아무런 광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G5를 발표하며 만든 포스터에도 역시 흑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분명 G5의 포스터인데 S7만 파~란색으로 강조되어 있군요


등등 열거하기도 힘든 LG전자 마케팅 흑역사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잃어버린 6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죠.


사실 LG전자는 그 모태인 금성사(Goldstar)부터 기술력으로 인정받아온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개발된 전자 제품들은 거의 모두 LG전자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정도로 탄탄한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기술의 LG, 마케팅의 삼성'이라는 말이 있었고, 이 말처럼 삼성은 기술력도 없으면서 마케팅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LG는 그만큼 기술력을 자부했고, 마케팅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말, LG전자 사령탑이 남용 부회장으로 교체되며 LG전자는 마케팅을 강화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남용 부회장의 경영관 때문이었는데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하나의 제품을 잘 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 가치를 지켜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마케팅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경영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케팅 강화는 LG전자에 독이 됩니다. 남용 부회장이 추구했던 비용 절감과 마케팅 강화를 통해 기존의 제품들은 좀 더 잘 팔리게 되었으나, 기술 개발이나 혁신에는 소홀했던 것입니다. 결국 남용 부회장은 스마트폰 혁명에 넉다운 당하고 2010년 자진해서 퇴진을 하게 됩니다.


그 이후 LG 창업주의 손자인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를 맡으며 다시 기술의 LG로 돌아옵니다. LG전자는 이를 갈며 회장님 폰인 옵티머스 G(구본준의 이니셜이라는 말이 있다, 이후 시리즈는 G로 통일)를 내놓으며 기술력을 인정 받습니다. LG전자는 기술력에 집중하며 아예 마케팅부서 이름을 '한국마케팅본부'에서 '한국영업본부'로 바꿔버리는데요.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흑역사로 남았습니다.


마케팅만 문제였을까?

하지만 과연 마케팅만 문제였을까요? 정말 제품이 좋았다면 입소문을 타며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LG전자의 제품은 내부에서 보기에 좋았을지 모르겠지만 소비자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LG전자가 기술의 LG로 돌아오며 빠진 함정이 있었는데요. 바로 기술에만 너무 집중했다는 것입니다. 집중을 넘어 집착에 이른 기술은 LG전자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간과하게 되는 모순에 빠지게 했습니다.


제가 쓴 글 중에 마케팅 마이오피아에 대해 설명한 글이 있습니다. 근시안적인 사고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지나치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구본준 부회장 체제 이후 LG전자가 이 단어에 딱 어울리네요. LG전자는 이 단어처럼 소비자의 의견은 무시한 채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는 상황을 만듭니다. 디스플레이가 좋으면 좋은 것을 갖다 썼고, 카메라가 좋으면 카메라를 강조했습니다. LG전자는 단순히 자신들이 개발한 최고의 기술들을 접합시켰고, 결국 누구도 원하지 않는 키메라같은 폰이 되었죠.


뿐만 아니라 제가 'LG전자의 위기, 그 대처방안은?(링크)'에 다룬 것처럼 LG전자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다양한 원인들을 무시한 채, 기술력의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G5는 싸이언 일병의 옛 영광을 찾을 수 있을까요?


디자인 완성도와 모듈식 배터리 슬롯이 눈에 띄는 LG의 G5


드디어 G5가 발표됐습니다. 그동안 고수해오던 플라스틱 소재에서 벗어난 풀메탈 바디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최초의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그 무한한 하드웨어 확장의 시작을 알리며 LG전자가 중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성공을 말하긴 이릅니다. 일단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사용 평가를 할 수가 없습니다. LG 기본 런처에 앱 서랍을 미지원해서 적응하려면 좀 고생을 할 수도 있다고 하는 등 소프트웨어적으로 얼마나 완성도를 높였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또한 만약 스마트폰의 완성도가 높다고 할지라도, DAC나 카메라팩 등 모듈형 제품들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LG전자는 내구성 문제나 A/S 문제에서 늘 발목을 잡혀왔습니다. LG전자는 화질과 터치감을 살리기 위해 커버 유리와 액정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제로갭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 제로갭 때문에 화면에 약간의 금이라도 가면 전체적으로 터치가 안되는 문제점이 있었죠. 거기다 작년에 LG는 G2의 터치 인식 불량으로 홍역을 알았습니다. 특히 네이버 카페 'LG G2 불량 유/무상 수리 사용자를 위한 모임' 운영자가 카페 폐쇄를 종용했다는 글을 올리며 문제가 심화되기도 하였죠.

또한 LG전자의 명기라고 소문이 났던 G Pro 2는 메인보드 특성 상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모듈이 잘 고장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두명이 고장난 것도 아닌데 수리비를 받는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계 문제로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말이죠. 제 주변 지인도 이런 문제로 다시는 LG전자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실제로 LG전자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가는 게 눈에 보이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G5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예쁘고 완성도가 높은 스마트폰이라고 할지라도 소비자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없다면 결국 외면받고 말 것입니다.


평가는?

구체적인 평가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겉으로는 일단 나빠보이진 않습니다. 아니 좋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있어서 더 이상 혁신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LG전자는 모듈형 스마트폰으로 다시 한 번 혁신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컨셉도 이전에 카메라와 디스플레이만 강조했던 것에서 나아가 '손 안의 놀이터'라는 짜임새 있는 컨셉을 가지고 나온 것이 눈에 띕니다. 다만 이 부분은 각 모듈들과 프렌즈라고 이름 붙여진 주변기기들의 완성도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겠죠.


G5와 친구들이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최근 LG전자의 마케팅이 화제였습니다. LG전자 창업주가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복원하는 등 우리나라를 위해 모르게 한 선행들이 SNS에 미담처럼 번져갔습니다. 저도 이렇게 우리나라를 위하는 LG전자가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칠 그 날을 기원합니다. 부디 G5가 성공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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