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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폴라(PHOLAR), 네이버가 SNS에 집착하는 이유는?

JasperL 2016. 7. 5. 22:08

오늘은 우리나라 최대 포털 서비스 업체 네이버와 SNS에 대해서 글을 써볼까 합니다.

네이버의 SNS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라인? 밴드?


라인은 전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인기 SNS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톡에 밀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밴드는 폐쇄형 SNS로 시작했기 때문에 현재 공개형으로 전환했지만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 비해 고객수나 범용성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네이버가 선택한 것은 정공법이었습니다. 바로 새로운 SNS, 폴라(PHOLAR)의 시작이죠.



폴라(PHOLAR)의 탄생


위에서 설명했듯이, 네이버는 국내 제일의 포털 서비스 업체라는 수식어에 걸맞지 않게 SNS에서는 계속 고전하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우리나라를 점령한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네이버는 미투데이라는 SNS를 인수하여 마케팅을 강화하고 서비스했으나 시대의 흐름에 결국 무릎꿇고 말았죠. 2014년 6월 30일, 서비스를 종료하게 됩니다.



이후, 다시는 SNS를 운영하지 않을 것 같았던 네이버는 2015년 새로운 SNS 폴라(PHOLAR)의 탄생을 알립니다. 폴라는 관심사 기반의 사진·동영상 SNS로, 출시 당시 인기를 끌고 있었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종류의 SNS로 소개되었죠.(아, 네이버에서는 관심사 기반이라는 단어로 새로운 SNS라고 홍보했습니다.)



폴라(PHOLAR), 성공할 수는 있는거니?


서비스 초기, 국내 최대 포털 서비스 업체인 네이버가 이를 갈고 만든 SNS인 폴라(PHOLAR)였기 때문에, 서비스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폴라는 성공했을까요? 시장조사업체 닐슨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5월 기준 폴라의 월 이용자 수는 7만 명이라고 합니다. 서비스를 정식 출시한 지난 해 4월 21만 명에 비해 확실히 줄어든 이용자 수가 눈에 띄는군요. 7만 명이 많아보이실 수도 있으니 비슷한 종류의 SNS인 인스타그램 이용자 수를 비교하자면, 인스타그램의 5월 이용자 수는 523만 명입니다. 70배가 넘는 차이네요.(물론 세계 기준이 아니라 우리나라 시장만 놓고 비교한 것입니다.)


폴라의 베타테스터 신청 화면(출처 : 폴라)


네이버는 폴라 출시부터, 아니 그 이전인 베타테스트 기간부터 폴라의 서비스를 전력을 다해 홍보했습니다. 네이버는 광고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해 폴라를 홍보했고, 그 결과 초기 가입자와 이용자는 어느정도 확보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시기보다도 이용자 수가 1/3로 쪼그라든 상황입니다. 네이버 측에서는 데스크탑 이용자 수까지 합치면 100만 명 정도라고 했지만, 주로 사진을 찍고 올리는 기기는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폴라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카카오톡에 밀린 라인이나, 트위터·페이스북에 밀린 미투데이와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분명 네이버는 웹툰, V앱, 네이버페이와 쇼핑 등 폭넓은 서비스를 통해 우리나라 내에서 최고 포털 사이트 지위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폴라(PHOLAR)는 성공할 수 없다


사실 우리는 모두 폴라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때문에 사라져간 미투데이와 같은 수많은 SNS, 그리고 카카오톡 때문에 힘을 못 쓰는 라인처럼, 인스타그램이 이미 선점하고 있는 사진 SNS 시장에 폴라가 진입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죠. SNS는 이용자와 이용자를 연결시켜 네트워크를 형성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태생 자체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은 것은 가장 큰 힘입니다. 이용자가 없는 SNS를 누가 쓸까요? 그리고 이미 다른 SNS에 이용자가 많고 정보도 많다면, 굳이 새로 생긴 SNS를 쓸 필요가 있을까요?



마케팅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는 1위를 하고 있는 제품이 갖고 있는 단어(쉽게 말해 이미지)는 절대 깰 수 없다는 법칙이 안내되어 있죠. 예를 들어, 콜라라는 제품에 있어서 '오리지널'이라는 단어는 코카콜라 만이 가질 수 있는 단어입니다. 펩시가 아무리 발버둥친다고 하더라도 오리지날 코카콜라는 이길 수 없습니다. SNS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머릿속에는 '사진 SNS'라는 단어가 인스타그램으로 박혀 있습니다. 똑같은 사진 SNS로 시작한 폴라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SNS에 집착하는 이유


요즘 네이버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바로 '연결'입니다. 사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카카오 등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IT 기업에겐 연결이라는 단어가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성공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지금, 네이버도 연결을 위해 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죠.


네이버의 컨퍼런스 이름은 네이버 커넥트(연결)이다


최근 네이버는 아마추어~프로 컨텐츠 제작자들과 서비스 이용자를 이어주는 서비스(웹툰, 웹소설, 포스트, V앱 등)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고객을 이어주는 네이버 쇼핑, 네이버와 금융업의 연결인 네이버 페이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연결을 시도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낮은 단계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SNS가 네이버에는 없습니다.(물론 라인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외입니다.)


미래에는 IT 업계가 초연결이라는 단어를 얻기 위해 다툴 것입니다. 명색이 우리나라 1위 포털 업체라는 네이버가 사용자와 사용자를 이을 수 없다는 것은 뼈아픈 실책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가 SNS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고, 잇따른 서비스 실패에도 새로운 서비스를 자꾸 만들어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다시 말하자면 폴라와 같은 이런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단어를 획득해야 살아남는다


위에서 말했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다시 한 번 얘기해야겠습니다. 새로운 단어라는 의미는 새로운 SNS가 될 수도 있고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과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제품(폴라)은 이미 실패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사진 SNS인 인스타그램이 1위이며 오리지널로 자리매김한 상태에서, 네이버에서 만든 (짝퉁이라는 인식이 심어진) 사진 SNS는 성공하기 힘듭니다. 


참고로 미국에선 SNS를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장악한 상황에서 인스타그램이라는 사진 특화 SNS가 나와 고객들을 새롭게 끌어들였죠. 그 이후에는 어떤 SNS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스냅챗(메시지가 폭파하는 휘발성 SNS)이라는 걸출한 SNS가 나와 또다른 SNS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변화와 혁신이라고 부르짖으면서, 기존의 것들만 고치는 과정에 목을 메는 장면을 많이 봐왔습니다. 아마 자신이 해오던 것들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힘든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새로운 단어를 획득하기 위해서 기존의 제품, 기존의 관습을 깨뜨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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