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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포켓몬고(Pocketmon Go), 그만 말합시다 창피해요

JasperL 2016. 7. 25. 10:01



최근 포켓몬고가 정말 광풍을 몰고오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게임산업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정치(힐러리 클린턴이 전당대회에서 이용)에 이르기까지 포켓몬 신드롬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사회적 현상이 되었습니다. 이에 이전까지 찬밥 신세를 받던 닌텐도의 주가는 포켓몬고의 성공적인 데뷔로 2배 이상 상승하며 돈이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투자자들의 관심도 끌어모았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켓몬고를 플레이할 수 있는 장소로 속초시가 알려지자 게임에 대해 관심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속초 시장은 자신이 태초마을 촌장이라는 말까지 하며 포켓몬고 열풍을 속초시 발전의 기회로 삼고 있을 정도로 포켓몬고 열풍은 게임을 싫어하던 어른들까지 끌어들인 게 확실해 보입니다.


이렇게 포켓몬고 신드롬이 한국까지 덥치자, 갑자기 '한국형 포켓몬고'라는 단어가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기사뿐만 아니라 방송 3사는 물론 종편까지, '한국형 포켓몬고'는 물론 '포켓몬고, 5년 전 KT가 먼저 출시', '뽀로로Go 제작' 등 기상 천외한 뉴스들로 우리를 자극했죠.


그런데, 제발 그만좀 말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형 포켓몬고'라는 단어 한 마디에 손발이 오그라들고 창피함을 느낍니다. 알파고 때도 그랬습니다. 알파고가 이슈화되니 정부는 한국형 알파고를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뭔가 이슈만 되면 한국형이라는 단어를 붙이며 부랴부랴 다음을 생각하는 정부와 언론,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빨리빨리 문화와 결합된 한국형 사업들


앞에서 정부와 언론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사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얘기는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 의식입니다. 옛날 이명박 정부 시절, 닌텐도 DS가 인기를 끌었던 때가 있습니다. 그때 당시 '우리도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한 마디가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대통령의 한 마디에 정부는 부랴부랴 한국형 휴대용 게임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명텐도'라는 별명과 함께 시원하게 망한 추억이 있죠. 앞에서도 말했듯이, 알파고도 한국형 알파고라는 단어를 탄생시키며 정부의 AI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미래의 일이지만 말입니다.

이게 바로 명텐도입니다


이런 사회적 현상에는 빨리빨리를 최고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가 발견 됐는데, 그 먹거리를 먹지 못하는 사회 지도층은 답답함을 느꼈을 겁니다. 그들은 그 먹거리를 먹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겠죠. 결과는 누구나 다 아시는 각종 '한국형' 사업들로 얼룩진 대한민국입니다.



단기적 성과만을 원하는 한국인


우리는 단기적 성과가 빨리빨리 나오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긴 안목을 가지고 기다리고 연구하자고 하면 상사에게 욕을 먹기 십상이죠. 상사가 기다리는 것은 죄악입니다. 대통령이나 CEO 같은 높으신 분이 성과를 내놓으라고 닥달하면 기존에 무얼했든 상관없이 당장이라도 뒤집어 엎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죠.


대통령이나 CEO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아래라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단기 성과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서비스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항상 고생하죠.



원인은 우리나라 발전 과정에?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이 몇 백년에 걸쳐 이룬 경제 발전을 불과 50년 만에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입니다. 이런 경제발전은 우리에게 풍요로운 일상을 가져다주었지만, 긍정적인 부분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바로 눈부신 발전 속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자취를 감춘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칼럼


이 부분을 읽으시면서 '무슨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는 것이냐'라고 물으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보죠. 과연 이 시기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했을까요? 압축되어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하기 쉬운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장기적인 시선으로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행동은 바로 성장에서 뒤쳐진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당장 눈앞에 많은 이익을 가져오는 사람이 많은 경제적 혜택을 받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았습니다. 자연스레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사람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죠.


지금 현재는 이 상황이 심화되어 고착화된 상태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부는 대부분 제가 말한 고속 성장을 겪은 세대의 소유물입니다. 사회 정책을 내놓는 정부의 높으신 분들도 이 시대를 통과한 사람들이죠. 수직적 조직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 특성 상, 상급자들의 의견을 견디면서 원시안적인 사고를 견지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인문학이 빠진 기술, 실패만이 기다릴 뿐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는 풍토 때문에 인문학이 점점 외면받고 있죠. 취업 시장만 봐도 인문학 전공자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대기업에서 인문학이 트렌드라고 외치지만 정작 그들은 인문학과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당장 제품 생산에 필요한 공학 전공자들만 취업 시장에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죠.


하지만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기술 발전을 이룩한다 할지라도, 사람에 대한 연구 없는 제품과 서비스는 사람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제품과 서비스, 과연 누가 찾을까요?



패스트 팔로잉의 대표주자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어로서 세계 시장의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ICT 기술과 로봇에 의해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학자들의 예상대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된다면, 이후에는 ICT 기술과 로봇이 제조업 생산성에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이런 환경이 갖춰진다면 단순 노동을 통해 다른 나라나 기업을 추격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국가와 기업 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단기 성과에만 매몰되어 패스트 팔로잉만을 신봉하는 우리나라는 큰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많겠죠.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


많이 돌아왔습니다. 포켓몬고 얘기로 시작했으니 이제 게임 산업을 말할 차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정체되어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오버워치라는 걸출한 게임이 나오기 전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 때문에 PC방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언젠지 기억조차 못하는 게 우리나라 게임회사입니다. 외산 게임들이 우리나라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우리나라 게임회사는 발전 없는 성장을 기록했죠.


게임회사들은 원인을 정부의 게임 규제라고 말합니다. 정부가 게임 규제를 하는 동안 발전할 기회를 놓쳤다는 얘기죠. 하지만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문제점은 정부의 규제보다는 위에서 말했던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우리나라 사람들에 있습니다. 결정권을 갖고 있는 투자자나 상사들이 당장 이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프로젝트만 집중한 것이죠.


우리나라 게임 회사들은 독창적인 IP(지적재산권)을 개발하기는 커녕, 타 게임회사에서 성공한 게임을 베끼기에 급급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고려하기는 커녕, 눈 앞의 이익만을 좇아 갓챠(확률형 아이템) 방식의 유료 아이템 판매에 열을 올렸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은 말이 확률형이지 도박에 가까운 확률을 통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그런 아이템이 게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현실의 금수저들이 게임 속에서도 금수저가 되기 쉬운 상황이 펼쳐졌죠.


도박과 마찬가지인 확률형 아이템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 중에는 불공평한 현실과는 다르게 누구나 실력만 있으면, 또는 노력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이 있습니다. 하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이런 게임 속 기회균등의 원칙 또한 앗아갔습니다. 게임 플레이어들은 돈에 눈이 먼 게임회사를 돈슨, 돈마블이라고 외치며 조롱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게임 유저의 입장에서, 저는 우리나라 게임회사들이 포켓몬고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녹록치 않은 변화,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사회 풍토를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닙니다. 변화를 외치며 원시안적 사고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자 이런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수직적 조직 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부가 기성 세대에 집중되어 있는 현 상황에 몇몇 사람들의 노력으로 변화를 이루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저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서비스나 종편, 케이블 TV을 통해, 도전적인 문화 컨텐츠들이 성장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컨텐츠는 사장될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일단 도전적인 컨텐츠들이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끝으로..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정치 입안자나 기업의 CEO와 같은 사회지도층의 입에서 한국형 포켓몬고와 같은 말을 그만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GDP 기준 세계 11위의 자리에 있는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이 다른 나라가 부러워서 '우리도 저것좀 만들어라'라고 하는 말은 정말 창피합니다.


다른 나라의 혁신에 위기 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런 위기 의식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도자 아닐까요? 우리가 언제까지 다른 나라와 기업을 모방, 추격하는 나라로 남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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