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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칼럼/마케팅

LG전자와 G5, 이번에도 마케팅이 문제?

JasperL 2016. 7. 4. 18:46

예상 외 LG전자의 부진, 이유는 무엇일까?(링크) 에서 이어집니다.


작년 말, LG전자의 마케팅 잔혹사라는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LG전자의 마케팅 때문에 잘 만든 제품도 안팔린다는 내용이었죠. 이후 LG전자 구하기가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LG전자의 마케팅을 대신해주겠다며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렸고, LG전자가 진행한 사회적 약자 배려 서비스와 같은 숨겨진 이야기까지 등장하였습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현재 LG전자 마케팅, 잘 진행되고 있을까요?



G5 광고에 등장한 제이슨 스타뎀, LG전자는 무엇을 말하려 했나?

출처 : LG Mobile Global(유튜브)


모두들 이 광고 기억하시나요? 아마 TV를 보신 분이라면 모두들 아실겁니다. 바로 LG전자의 G5 광고입니다.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G5를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까? 참고로 저는 전혀 사고 싶은 생각이 안들었습니다. 그것보다도 이 광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엄청나게 많은 수의 동일 인물이 나오긴 하는데, 왜 저렇게 지하철을 타고 총을 쏘고 오토바이를 타는지 도대체 궁금합니다. 사실, 조금 재밌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아마 제가 가진 이 의문점은 이 광고를 보신 분은 모두다 가졌던 의문일 것입니다. LG G5라고 광고해서 G5 광고인 것은 알겠는데, 광고에서 G5에 눈이 가는 것보다는 우스꽝스럽게 나오는 제이슨 스타뎀에 눈길이 갑니다. 제이슨 스타뎀 광고인지, G5 광고인지 헷갈릴 정도로 제 기억 속에는 제이슨 스타뎀만 가득합니다.


아래 동영상은 유튜브에 원래 광고의 해석판이라고 올라온 동영상입니다. 보시면 광고를 100% 이해하실 겁니다.


출처 : 유튜브(광고쟁이)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 그리고 제이슨 스타뎀만 잔뜩 나오는 광고를 만든 LG전자. 그들이 또다시 마케팅 잔혹사에 한 획을 그은 것 같습니다.



'재미'라는 컨셉, G5가 재미있나? 프렌즈가 재미있나?


위에서 말했듯이 G5의 광고는 난해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G5가 부진한 원인은 난해한 광고 때문만은 아닙니다. 저는 LG G5의 컨셉 자체가 과연 G5의 컨셉이었는지 프렌즈의 컨셉이었는지 아니면 둘 다의 컨셉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사실 G5의 광고가 의미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G5를 가진 사람이 재미있는 광고를 펼칩니다. 네, 바로 '재미'라는 컨셉입니다. G5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은 아마 대부분 G5가 어떤 컨셉을 갖고 출시됐는지 다들 아실겁니다. G5는 프렌즈(G5 주변기기)들이 노는 Playground(놀이터)라는 컨셉으로 우리 앞에 등장했습니다.


G5가 재밌다고 하면서 내세운 속성은 카메라, 음악, VR 등 멀티미디어 기기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재미없는 스마트폰은 없습니다. 프렌즈 없이도 카메라, 음악이 되는 스마트폰이 대부분이며, VR은 프렌즈처럼 기기를 사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LG전자는 이 '재미'라는 속성을 G5만이 아닌 프렌즈와 함께 제시했습니다.


G5만 눈에 보이나요? 오히려 롤링봇이 더 크고, 프렌즈들이 더 많이 보이는데요.(출처 : lg.com)


그런데 이 마케팅을 보자면, G5와 프렌즈를 함께 갖고 있어야 비로소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그런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너무 억지 같나요? 저는 억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G5와 프렌즈를 함께 마케팅했기 때문에, G5와 프렌즈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설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주변기기 없이 스마트폰 기기만 구입해오던 습관이 있습니다. 이는 돈을 더 들여 프렌즈를 살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프렌즈 없이 G5만으로 과연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천만에요. LG전자가 프렌즈를 뺐다꼈다하고 이리저리 갖고 노는 재미를 광고했기 때문에, 스마트폰 구입만으로도 벅찬 우리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 내구성 있는 스마트폰을 원합니다. 음악 재생, 카메라는 솔직히 말해서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하루를 기준으로 우리가 스마트폰 사용을 할 때 카메라와 음악 듣기와 같은 행동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LG전자에서는 이런 것을 통해 재미를 느끼라고 하면서 주변기기를 잔뜩 사라는 식으로 광고했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부가적인 요소를 위해 돈을 더 쓰라고 한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갤럭시S7이나 아이폰은 그 자체로 완벽합니다. 조금 비싼 가격(아이폰은 더 비싸죠)일지라도 한 번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모든 것을 쓸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는 재미? 느낄 수 있습니다. LG전자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돈을 더 써야 재미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어 심리적 저항선을 만들어냈습니다. 굳이 돈을 더 주고 프렌즈를 사야되는 G5보다는 갤럭시S7이나 아이폰을 사면 된다는 생각 말입니다.


G5와 프렌즈를 한데 묶어서 마케팅했기 때문에 벌어진 LG전자의 마케팅 잔혹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LG전자의 마케팅은 왜 이리 겉도는 것일까요? 마케팅 직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원인은 LG전자가 마케팅에 발등을 찍힌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LG전자, 믿는 도끼(마케팅)에 발등 찍힌 경험


우리는 보통 눈에 보이는 광고나 프로모션이 마케팅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마케팅은 고객 분석부터 시작해서 이에 맞는 제품의 컨셉, 개발 그리고 광고, 프로모션까지 진행하는 마케팅 프로세스라는 틀에 의해 진행됩니다. 하지만 LG전자의 마케팅에는 이런 틀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개발팀이 제품을 뚝딱 만들어내면 마케팅팀이 그 제품을 어떤 형식으로 마케팅할지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케팅을 보다보면 마케팅팀이 개발팀의 하청업체라는 느낌까지 들게 합니다.


LG전자가 이렇게 마케팅을 경시하게 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이 취임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의 컨설팅에 의해 기술전문 기업에서 마케팅 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합니다. 이 시기, LG전자는 쵸콜렛폰과 프라다폰 등 히트상품들의 연이은 성공에 고무되어 마케팅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아 옛날이여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마케팅 중심의 LG전자, 그러나 기술개발에 소홀히 하여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영업이익 급락(2010년)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에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을 해임하고 오너 가문의 구본준 부회장이 기업 경영을 책임지게 되었죠. 이 시점에서 시작된 브랜드 라인이 바로 G(구 옵티머스 G, 회장님 폰)입니다. 이후 기술의 LG전자를 상징하는 G는 LG전자에 어느정도 숨통을 트여줍니다.



제품 구매는 사람이 한다! 줄기를 관통하는 종합 마케팅 전략이 필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만든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구매하는 주체는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없이 만들어진 제품, 그리고 마케팅은 철저히 소외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LG전자는 마케팅에 발등을 찍혀서 그런지 마케팅을 아예 경시하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LG전자는 고객 중심의 제품 개발이 아닌 기술이 개발되는대로 제품에 그 기술을 끼어넣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LG전자에 제안합니다. 마케팅과 기술팀이 제품 개발에서부터 소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케팅은 마케팅만, 개발팀은 개발만 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제품 개발에서부터 고객이 제품을 경험하는 단계까지 전체 줄기를 관통할 수 있는 종합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던 도중 LG전자가 MC사업부 조직 개편을 통해 조준호 사장 직속으로 제품 개발에서부터 판매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PMO(Program Management Officer)라는 조직을 신설했다는 기사를 발견하였습니다. 앞으로 이 조직 개편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겠으나, 조직 개편을 통해 화이팅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원래 마케팅 프로세스는 '조사 - STP(시장세분화, 표적시장 설정, 포지셔닝) - 마케팅 믹스 (4P - 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 실행 - 통제'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모두가 이를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에서는 쉽고 간단하게 설명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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