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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 종료, 핀테크의 미래는?

JasperL 2016. 8. 16. 11:00

저는 2015년 1월에 뱅크월렛 카카오에 대한 글을 두 개나 썼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당시 제가 쓴 글을 보니 우리나라 금융과 IT 업계가 핀테크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네요. 제가 이 이야기로 서두를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연말에 뱅크월렛 카카오의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카카오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발표는 올해 7월 28일에 나왔습니다. 제가 이것저것 다른 글을 쓰다보니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핀테크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계실 분들을 위해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불완전한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

뱅크월렛 카카오는 태생부터 불완전한 서비스였습니다. 제일 먼저, 통장 계좌에서 전자 지갑으로 충전을 하는 방식 자체가 불편함을 야기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뱅크월렛 카카오에 가입한 상황이 아니라면 송금이 불가능했고, 하루 충전 50만원과 송금 한도 10만원 등 생각하기만 해도 불편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불완전한 서비스였죠.


이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 계기는 핀테크 열풍이었습니다. 2014년, 금융과 IT의 만남인 핀테크가 우리나라를 뒤흔들었습니다. 외국에서는 페이팔과 알리페이 등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핀테크는 커녕 공인인증서 때문에 중국에서 천송이 코트를 결제하지 못한다는 대통령의 말까지 있었습니다.


천송이 코트 이야기가 나온 규제개혁장관회의


그래서 정부에서는 한국형 페이팔(핀테크)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여기도 또 '한국형'이군요. 저는 '한국형 포켓몬고(Pocketmon Go), 그만 말합시다 창피해요(링크)'라는 글을 썼었죠. '한국형'이라는 단어는 정말 끔찍합니다.) 이렇게 뱅크월렛 카카오가 탄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사업은 언제나 그렇듯 완벽하게 나오기 힘들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죠. 뱅크월렛 카카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더 완벽성을 기하고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핀테크를 만들어야 했는데, 뱅크월렛 카카오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결국 뱅크월렛 카카오는 위에서 말했듯이 불편함이 가득한 기능들을 갖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2013년 3월 시중 은행들이 손을 잡고 만든 뱅크월렛이라는 서비스가 이미 있었습니다. 여기에 금융결제원과 카카오가 합세하여 만들어진 서비스가 바로 뱅크월렛 카카오였습니다. 카카오의 이름값을 노리고 만든 느낌이 강한 서비스였습니다.)



결국 실패한 서비스가 되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출시 초반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카카오와 은행들이 마케팅 폭격을 날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수 50만 명을 모았죠. 그러나 1년하고도 9개월정도가 지난 지금, 가입자 수는 100만 명에 불과합니다. 100만 명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한 달 만에 50만 명이나 모았는데, 이후 2년 가까이 50만 명밖에 더 못 모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게 확실하죠.


뱅크월렛 카카오를 마케팅한 우리은행(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런 마케팅을 했죠.)


결국 7월 28일 뱅크월렛 카카오는 서비스 종료를 발표합니다. 카카오의 이름값과 은행의 마케팅 폭격, 그리고 은행원들의 영업도 뱅크월렛 카카오의 몰락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불완전한 서비스였기 때문에 고객의 이탈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기 힘든 불편한 서비스, 과연 누가 사용할까요?





현지화가 중요하다

2년 전, 페이팔과 알리페이가 우리나라를 집어삼킨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우리나라 금융계를 바짝 긴장시켰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페이팔과 알리페이가 우리나라 시장을 장악했나요?




제가 2015년 1월에 쓴 '뱅크월렛 카카오, 성공하기 위해서는?(링크)'에는 현지화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영어로는 Localization이라고 말하죠. 저는 이 내용이 현재에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세계화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각 나라마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는 서로 다릅니다.


핀테크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미국에서 페이팔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은행에 돈을 충전하고 수표를 통해 지불하는 체크(check) 문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카드 사용은 무척이나 편합니다. 카드 한장만 갖고 있으면 교통카드는 물론이거니와 어떤 장소에서든 결제가 쉬운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 페이팔과 같은 뱅크월렛 카카오가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미국의 개인 체크


결국 IT 서비스도 현지화가 중요하다는 소리입니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가 기존 서비스에 더불어 각각 물리적인 카드(카카오페이 카드와 네이버페이 카드)를 만들며 성공한 것처럼, 앞으로 만들어지는 서비스에도 이런 고민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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